춘향전
 












































가.나는 춘향이 스토커

1982년 3월 20일은 회사 창립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제 1회 서울 북페어’라는 이름으로 기획되었다. 이때 한국 신문학 초판본 작품 200여권을 구입하여 특별기획전을 개최하게 된 것을 계기로 고서 수집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것이 계기가되어 화봉책박물관을 개관하게 된 것이다.
문학책을 구입하여 전시회를 개최한 인연으로 문학박물관을 세우기로 결심한 것이 총론이라면 그 책 중에 춘원 이광수의 「일설 춘향전」이라는 춘향전 소설을 발견하고 춘향전 수집을 하게 된 것은 화봉책박물관 설립의 역사에 각론쯤에 해당될 것이다.
어떻든 「일설 춘향전」 이후 춘향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20년 이상을 넝마주이가 골목골목 쓰레기통 뒤지는 기분으로 국내외를 돌아다녔다.
1982년 5월 이제는 고인이 되신 안춘근 선생과 한국고서동우회를 설립하여 애서운동을 시작한 직후 일요일에는 관악산 등산을 시작했는데 그 동기가 애서운동은 주 6일로는 부족하므로 일요일에도 관악산 애서바위 위에서 만나 책과 문화에 관한 주제로 학술 발표회를 가짐으로써 1주 7일을 애서운동을 해야한다는 논리에서 시작된 것이다. 1주 7일 -하루 24시간- 그 긴 24년간을 책이 좋아서 춘향이가 좋아서 춘향스토커 노릇을 한 셈이다.
그러나 춘향이를 빼닮은 미인이 내 앞에 나타나서 24년간 쉬지 않고 유혹을 하였더라면 사랑을 쫓는 나의 정열이 오늘까지 지속될 수 있었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나는 사람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사람일까?
작년 10월 책박물관을 개관하며 다음 기획을 구상하는 중에 춘향전이 떠올랐다. 그 이후 계속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목록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고 오늘 이것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춘향전은 한민족의 영원한 소설이고 노래이며 춤이며 우리의 정신과 역사, 문화를 아우르는 민족 예술의 결정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 쓰고 노래 불렀는지 확실하지 않은 춘향전이 역사 이래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춘향의 지고지순하고 절대적인 「사랑」이라는 인류 최고의 정신적 요소가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나.춘향전의 저자와 제작연대

춘향전은 처음 광대들의 판소리로 시작되어 소설로 뿌리를 내리고 그 뒤 창극, 희곡, 영화, 시나리오, 뮤지컬, 오페라 등 여러 장르로 발전되었다. 그러므로 특정한 문학적 천재에 의하여 창작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온 구전문학의 결정이며 민족문학의 집대성으로 춘향전을 사랑한 광대와 농민 등 민초들이 저자인 셈이다.
저작연대는 미상이나 조선 영조, 정조 전후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춘향전의 소재가 되는 여러 가지 설화로 봐서 그 기원은 훨씬 올라갈지 모른다.

다.춘향전의 비밀

설성경 교수는 춘향전의 비밀(2001년. 서울대학교출판부 발행)에서 종래 저자와 저작연대가 미상이라는 학계의 정설을 뒤엎고 남원의 조경남(1570~1641)이라고 단언하였다. 그 이후 아직도 학계의 반론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17세기 초에 조경남이 쓴 것으로 굳어지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나 조경남이 지었다는 춘향전 원문이 발견되어서 현재 읽고 듣고 있는 춘향전과 비교확인을 할 수 있어야 이를 둘러싼 논쟁이 끝나게 될 것이다.


춘향전의 비밀/설시경.
서울대학교출판부,2001

라.춘향전 설화ㆍ說話

1. 趙在三의 春陽打詠
순조 때 조재삼(1801~1834)의 松南雜識에 옛악부에는 이러한 판소리조가 없었다. 부채를 치며 길게 뽑으므로 세상에서 타령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倡優는 보통 倡夫라 하고 또한 광대라고도 하며 春陽打詠을 첫째로 삼는데 호남지방의 민간설화에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남원부사의 아들 이도령이 춘양을 사랑하였는데 후에 그가 이도령을 위하여 수절하니 새사또 탁종림이 이를 죽였다. 호사가가 이를 가엾이 여겨 그 사적으로 타령을 만들어 춘양의 원혼을 위로하고 그 절개를 표창하였다.

2. 李參鉉의 벽오 이시발 설화
철종(1850~1863) 때 李參鉉의 二官雜誌에서는 선조 때 사람 벽오 이시발의 사실 이야기라고 쓰고 있다. 이판서 규방은 그의 후손인데 자기집 가승에 또한 그런 이야기가 있다고 쓰고 있다.

3. 李羲準의 玉溪盧진 설화
이희준( ~1775)의 溪西野談에서는 남원 사람인 옥계 노진(1518~1578)이 선천부사로 있는 당숙에게 갔다가 퇴기의 딸인 동기와 인연을 맺고 헤어졌는데 후에 노진이 관서 어사가 되어 그 여자를 만나 데리고 가서 해로하였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어느 문인이 작품으로 만들었다.

4. 지리산녀 설화
이 설화는 고려사와 동국여지승람 남원조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지리산녀는 구례현의 여성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웠으나 부도를 잘 닦아 널리 알려졌다. 이에 백제의 왕이 그녀의 아름다운 행실을 듣고 그 여자를 취하려 하였으나 죽음으로써 왕의 명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5. 成以性 설화
성이성은 광해군 때 남원부사 성안의 아들로 태어나 과거에 급제한 뒤 암행어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암행어사로 남원부사 생일잔치에 참석하여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촉루락시 민루락이요 가성고처 원성고’라는 시를 짓고 어사출두를 하였다. 현재 남원에는 성안의가 남원부사를 재직할 때 선정을 베푼 공을 기리기 위하여 광해군 3년에 세웠다는 비석이 있다.

6. 梁進士의 춘몽연 설화
양주익은 조선 영조 때 사람으로 과거에 급제한 뒤 남원에 돌아와 광대들과 돌아다니면서 놀았으나 가난하여 보수를 줄 수 없자 ‘춘몽연’이라는 노래를 지어 주었다고 한다. 이 춘몽연이 춘향전과 매우 비슷하여 한글로 된 춘향전의 최초의 것으로 보기도 한다.

7. 박색설화
이 설화는 해동염사에 전해오는 것으로, 춘향은 원래 미인이 아니고 천하의 박색이었다는 것이다. 춘향은 관기 월매의 딸로 빨래를 하다가 지나가는 이도령을 보게 되었다. 그 뒤 연정을 품어 오던 중 병이 나자 월매가 계책으로 향단을 앞세워 이도령을 유혹하고 집으로 유인하여 술에 취하게 한 후 춘향과 잠자리를 함께하게 하였다. 그 뒤 이도령은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올라가고 춘향은 이도령을 사모하며 기다리다 못해 광한루에 목을 매어 죽는다. 이에 남원부 내 사람들이 그녀를 불쌍히 여겨 이도령이 지나간 고개에 그녀의 시체를 장사지냈다. 이것이 오늘의 박석고개라는 것이다.

8. 어사 박문수 설화
영조 때 어사 박문수가 어려서 외숙부를 따라 진주에 갔는데 거기서 한 기생과 친하게 지내다 돌아왔다. 10년의 세월이 흘러서 암행어사가 되어 진주로 가 걸인 복장으로 그 기생을 찾으니 푸대접하였다. 다음날 부사의 생일잔치에 거지로 참석하여 그 기생에게 술을 따르라고 하다가 부사의 노여움을 사 쫓겨났다는 것이다. 뒤에 박문수는 어사출두를 하여 그 기생에게 형벌을 내렸다는 것이다. 溪西雜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마.춘향전 수집에 얽힌 이야기들

1. 「일설 춘향전」과 윤석창 선생
나의 춘향전 수집의 시작은 고서 수집의 시작과 일치한다.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로 서울 북페어를 개최한다는 기사가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는데 이 기사를 보고 윤석창 선생이 나를 찾아왔다. 자기 소장본을 전시장에 전시하여 판매하고 싶다는 것이다. 소장본 중에서는 김소월의 ‘진달래 꽃’(초판본), 한용운의 ‘님의 침묵’(초판본), 김억의 ‘해파리의노래’, ‘오뇌의 무도’(초판본), 백석의 ‘사슴’(초판본), 박영희의 ‘회월시초’(초판본), 최남선의 ‘백팔번뇌’(초판본), ‘청록집’(초판본) 등 근대문학 이후 최고의 명작들이 200여권 이 넘었다. 그 책 중에 춘원의 「일설 춘향전」이 섞여있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춘향전 수집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이다. 아마도 이광수가 춘향전을 썼다라는 호기심이 수집으로 연결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벌써 고인이 된 윤석창 선생은 국문학 전공자로 학원가의 인기강사였고 여기서 번 돈으로 책 수집에 열을 올려 귀중본들을 많이 소장하였으나 개인적으로는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一說春香傳 / 李光洙.
漢城圖書(株), 1929

2. 방각목판본과 일소 오한근 장서
고전소설 수집에 있어서 목판으로 인쇄한 방각본은 가장 중요한 귀중본이다. 완판(完板)과 경판(京板), 안성판(安城板)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이 완판 84장본이다. 일소문고에도 完板 ‘열녀춘향수절가’, ‘별춘향전’ 뿐 아니라 홍길동전, 심청전도 여러 권 포함되어있어서 고전소설 수집에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필사본으로 된 ‘정렬기별 춘향전(1~4)’ 4책은 자료가치가 큰 이판본이 아닌가 생각된다.

열여춘향슈졀가. 龜洞新刊, 戊申[1848]. 목판본
열여츈향슈졀가 / 朝鮮珍書刊行會. 完西溪書, 1949. 목판본
별춘향젼. 목판본
정녈기별춘향가(一~八), 4冊,
졍미. 필사

3. 이양재 사장의 도움으로 얻은 북한과 연변에서 나온 춘향전
북한에서는 「당대 봉건사회의 통치계급과 피착취 인민대중간의 모순과 투쟁을 보여주면서 춘향과 몽룡의 사회적 이상과 행위를 지지하고 있으며 변학도류의 봉건통치배들은 인민의 원수로써 락인하고 준렬히 단죄하고 있다」고 춘향전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으로 봐서 체제선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으며 활발한 연구와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의 출판물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불온간행물로 취급되어 소장이 어려웠으나 요즈음에 와서는 특별한 내용이 없는 한 대부분 풀려서 큰 어려움이 없는 것 같다. 이 책들은 북경이나 연변을 자주 여행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고 특히 이양재씨의 도움으로 10여점의 춘향전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春香傳. 外國文化版社 : 平壤, 1959


춘향전 / 조령출. 문예출판사 : 平壤, 1991


민족가극 춘향전 종합총보. 문예출판사 : 平壤, 1991


民族歌劇 春香傳. 朝鮮畵報社
: 平壤, 1991


조선우표, 춘향전. 평양, [2000]


림홍은 작품집. 문학예술종합출판사 : 평양, 1997


춘향전, 만화 / 량복선 각색 ;
연원갑 ; 임천 그림.
연변인민출판사, 1980


春香傳, 만화 / 徐少伯 改編.
연변인민출판사, 1980


春香傳 葉書(1~8), 8장.
上海人民美術出版社


춘향전, 비데오(전,후), 2
/ 조선예술영화. 목란비데오 : 평양, 1996


사랑 사랑 내사랑, 비데오
카세트(1~2), 2 / 조선예술
영화. 목란비데오 : 평양

4. 「사랑대축제」에서 얻은 포스터와 팜플렛
국립국장은 2002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는 문화행사의 하나로 4.9~6.5일까지 「사랑대축제」를 개최하였다. 축제공연이 계속되는 동안 거의 매일 국립극장을 출근하며 포스터와 부로셔, 대본 등을 수집하였다.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포스터 같은 것은 책전시회에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전시자료이다. 이런 자료들은 현장에서 얻지 못한다면 쉽게 없어져서 고물로 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 읽은 어떤 신문기사에서 2002.5월 현재 공연을 마쳤거나 현재 개최중이거나 연내에 기획중인 춘향전 관계 문화행사가 한 해 동안 27회 정도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립국장에서 공연된 춘향전 행사는 아래와 같다.
2002.4.9~21 「기생 비생 춘향전」 국립극단 달오름극장
2002.4.19~21 마당극「꿈꾸는 춘향전」 극단여성 별오름극장
2002.4.25~30 인형창극「인당수사랑가」 극단마고극장 별오름극장
2002.5.3~12 영어뮤지컬「춘향의 사랑이야기」 극단서울 달오름극장
2002.4.19~21 창작오페라「춘향전」 국립오페라단 해오름극장
2002.4.26~27 창작음악극 「영원한 사랑 춘향이」 김석만 연출 해오름극장
2002.4.25~26 퓨전콘서트 「4월의 사랑」 별오름극장
2002.5.3~12 장막창극 「성춘향」 국립창극단 해오름극장
2002.6.2~5 새로운 버전 「춤ㆍ춘향」 국립무용원 해오름극장


춘향, 오페라. 국립극장, 2002


영원한 사랑 춘향이 / 한울림.
국립극장, 2001

5. 런던의 Han-Shan-Dang에서 구입한 러시아 춘향전
寒山堂은 런던에 있는 중국고서 전문점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등 동양학 관계 고서도 취급한다. 런던에 출장을 갈 때는 꼭 한번 들르는 고서점으로 눈에 띄는 중국이나 한국고서를 구경할 때도 있다. 물론 값이 우리들의 기준에 맞지 않고 아주 비싸거나 엉뚱할 수 있는데 꼭 필요한 것은 살 수 밖에 없다.
「춘향젼 권지단」은 1968년 모스크바 나우까 출판사 동방도서 총편집부에서 동방문헌 총서 제 19호로 발행된 책으로 아.베.드로쩨위쯔가 번역하고 주석을 하고 소련 과학 아마데미아 력사학부 아세야 인민연구소가 발행한 책이다. 책의 구성은 목판원문을 복사하여 전재하고 러시아어로 번역하였으며 주석이 붙어 있다. 1990년 말 런던 출장 중에 구입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6. 이상보 박사가 가져온 베트남 춘향전
이상보 선생은 가사를 전공한 국문학자이시다. 뿐만 아니라 두 번째 가라고하면 서운해서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애서가이기도 하다. 그동안 모아서 연구가 끝난 책들을 여러 대학에 기증하고 그래도 미진해서 헌책방을 기웃거리며 요즈음도 책꾸러미를 들고 다닌다.
안춘근 선생과 한국고서동우회를 같이 한 이래 책사랑을 관심사로 한 20여년 이상의 끈질긴 우정이 이어져오고 있다. 외국 여행을 끝내고 귀국한 직후에는 긴급통화가 걸려오는데 이때는 꼭 내가 흥미를 느끼는 책 선물이 뒤따른다.
1995년 하노이 여행 때 사서 주신 책이 바로 베트남어 춘향전이다. 이 책은 이상보 주해 범우사판을 배양수씨가 번역하였고 1994년 하노이에서 발행하였다.
요즈음은 좁쌀책 수집에 열을 올려 많은 소장품을 간직한 좁쌀책 수집가로 변신중이다. 며칠 전에도 중앙아시아 여행 중에 구입한 아랍어 코란 좁쌀책을 몇 권 가져와 선물로 주셔서 지금까지도 감동 중이다.


춘향전 권지단 / 아.베드로쩨위쯔.나우까출판사 : 모스코, 1968


Truyen Xuan Huong . Nha Xuat Ban Khoa Hoc Xa.Hol Hanoi, 1994

7. 프랑스어 춘향전을 구해 준 윤형원 사장
춘향전은 그 소재가 동양은 물론이고 서양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것이어서 외국에서도 여러 나라에서 나왔는데 프랑스어판은 1892년 J.H.로니와 홍종우에 의해서 공동번역 되어 파리의 E.Dentu, Editeur에서 출판되었다.
이 프랑스어판 춘향전을 구하기 위해 파리 출장 때마다 세느강가의 고서점가나 골동점을 뒤졌으나 20년 가까이 찾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져있었다. 지금같이 인터넷 비즈니스가 활발하였더라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겠지만 당시만하더라도 여행 중에 고서점에 들려 찾는 게 고작이어서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도 없고 지리도 서툴고 말도 짧은 여행객이 프랑스 사람들에게 귀에 설은 춘향전을 더구나 서툰 영어로 찾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어쨌든 그 책을 갖지 못한 채 작년 10월 박물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 프로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이 왔고 녹화를 위해 사전답사가 몇 차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춘향전에 관한 관심이 큰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외국어본의 하이라이트인 홍종우의 춘향전을 갖지 못하고 모든 외국어판을 전부 갖고 있다고 큰소리 친 마당에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일이었다. 사실은 얼마 전 인터넷 서점에 이 프랑스어 번역 호화장정본이 떴었는데 값이 상당히 비싼 것 같아서 구입하지 못하고 포기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국영중앙방송에서 1시간을 대담하는 큰 프로에 출연하면서 춘향전을 얘기하는 자리에 귀중본의 하나인 홍종우의 춘향전을 선보이지 못한다는 것은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KBS 녹화 전날 저녁에 그 회사 사장님을 초청하여 진지한 대화를 시도하였다. Art Bank라는 인터넷 서점을 경영하는 윤형원 사장은 한국의 학계나 지식층이 미처 눈을 돌리지 못한 서양고전 특히 서양에서 간행된 한국 관련 고서를 전문적으로 수입하여 판매하는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분이다. 세계화가 덜된 우리의 그늘진 구석에 햇볕이 들도록 노력하는 개척자 중의 한사람이라고나 할까? 어찌됐던 윤사장의 이해와 호의로 특별히 저렴한 가격에 합의되어 내가 입수하게 되었고 다음날 녹화에 이 책이 화면에 비치게 되었다.
홍종우 번역의 Printemps Parfume은 책에는 J.H.Rosny 단독 번역으로 나왔으나 홍종우와 공동으로 번역한 것이라고 공인되고 있으며 그 내용도 홍종우의 구술을 로니가 프랑스어로 옮겼다고 한다. 책 속에 삽화가 20~30장 있으나 한국이나 서양의 분위기가 아니라 일본을 소재로 그린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이며 번역자 로니는 기매박물관 직원으로 일본통이다.


Printemps Parfume / D.Rosny. Paris, 1892


Printemps Parfume / D.Rosny. Paris, 1892

8. 최철환 선생으로부터 강탈한 영어판 춘향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곽승씨는 춘향전을 오페라로 작곡하여 세계에 내놓는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춘향전에는 신분을 초월한 남녀의 사랑이 있고 해학과 풍자, 웃음과 눈물, 불의를 응징하는 정의 등 베스트셀러가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를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뮌헨 올림픽에 윤이상 선생이 심청전을 상재하였으나 실패로 끝난 것은 봉사 아버지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심청이의 효도가 서양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춘향전은 1889년 제일 먼저 영어로 번역되었고 그 이후 많은 번역판이 나왔다. Korean Tales는 H.W.Allen이 G.P.Putnam's Sons社에 1889년 발행한 한국과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서적이다. 중요한 내용으로는 한국의 전설 몇 가지와 춘향전, 심청전, 홍길동전이 수록되었다. Chun Yang - The Faithful Dancing-Girl Wife 라는 제목으로 35페이지라는 적은 분량으로 봐서 초역으로 판단된다. 내 장서 중에서는 가장 먼저 번역된 춘향전인 셈이다. 東京 진보조의 서양고서점인 崇文莊에서 구입한 것으로 기억된다.
The Fragrance of Spring은 1929년 서울의 時兆社에서 언론인 Edward J.Urquart에 의하여 쓰여 진 英語詩集이다. 춘향전의 번역판이 아니고 춘향전을 소재로 한 창작 영어시집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번역은 아니지만 원작에 충실했으며 동양의 풍속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내용을 조금 바꿨다고 쓰고 있다. 이 책은 몇 년 전 국내의 고서 경매전에 출품되었으나 여러 사람이 과열 경쟁을 하는 형편이어서 중간에 포기한 적이 있는데 마침 최철환씨가 어떤 경로로 입수하였다고 해서 강압반 애걸반으로 사정하여 내 수중에 들어온 것이다.
좋은 책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 책을 전시회에 출품해달라거나 혹은 복사하거나 또는 빌려달라는 부탁이 여기저기에서 들어온다. 그러나 진지하고 정중함이 결여된 부탁에는 항상 불쾌감이 남게 된다. 소장가들이라면 흔히 겪는 일이다. 예술가에게 그의 작품이 분신인 것처럼 애서가들에게는 자기가 수집한 책이 자기의 분신일 텐데 최철환씨의 분신을 강탈한 나의 행위는 두고두고 술을 사야 할 사건임에 틀림없다.
기타 한국인 영역본으로는 심재홍의 Fragrance of Spring과 진인숙의 A Classical of Novel Chun-Hyang 등이 있다.


Korean Tales / H.W.Allen.
G.P.Putnam's Sons, 1889


The Fragrance of Spring /
E.J Urquart. 時兆社, 1929

9. 영감과 인연은 도처에 있다.
수집가들이 고물을 찾아 헤매는 곳은 딱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보통사람으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많은 곳에서 눈을 굴린다. 아파트 앞의 버린 책꾸러미를 뒤진다거나 시장 골목의 넝마를 가득채운 리어카 , 황학동 뒷골목의 잡동사니 점포들, 인사동과 장안평의 고서점이나 골동품점,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의 벼룩시장들, 국제적인 규모의 고서박람회 등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며 잘 길들여진 영감을 동원, 인연을 맺어가며 분신을 창조해간다. 고물은 예고 없이 출현하는데 있을 것 같지 않는 보물이 예측할 수 없는 시간에 우연한 장소에 출현하는 영물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과 흥분이 뒤따른다.
춘향전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많은 친구들의 우정과 격려를 잊을 수 없다. 부스러기 하나라도 춘향전과 관련된 자료라면 모아주고 정보를 알려주어 수집에 협력하여 준 여러분들을 잊을 수 없다. 특히 김연갑, 문성묵씨 등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회원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Der Kristallring


Kisah Cinta abadi / Chung Young Rhim, 1999


春香傳 / 許世旭. 臺灣商務印書館, 1967


(新編) 春香傳 / 朴春日. 朝鮮新報社, 1999


(新潮文庫)春香傳 / 張赫宙.
新潮社


(新編) 春香傳 / 李殷直. 高文硏, 2002


民族歌劇 春香傳, 비디오테이프 / 국립평양예술단


春香傳(1~16), 16장 / 김두환 畵, 1952


朝鮮古譚 春香傳 / 新協劇團. 大阪京都, [일제시대]


春香 / 金洙容. 世紀商事(株)


춘향전, 자수10폭 병풍, [현대]

바.춘향전은 세계적인 문화예술작품

요즈음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쪽에 한류열풍이 한창이다. 그러나 뒤늦은 이런 현상에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고 오히려 너무 늦게 시작된 주변의 한국문화인식에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누구인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을 갖고 있고 세계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책을 인쇄하였으며 세계최고의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을 발명, 사용하고 있는 문화민족이 아닌가? 이런 일들은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민족이 아니면 향유할 수 없는 문화유산이다. 이런 현상은 외세의 간섭과 분열, 가난 속에서 우리가 누구인가를 모르는 자기비하와 열등감의 시대가 지나가고 민족본연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빛나는 시대가 오고 있는 시그널이 아니고 무엇인가?
춘향전이 사랑방에서 읽히는 고대소설이나 판소리로만 남아야 할 이유가 없다. 오페라로 작곡되어 세계에 눈물과 웃음과 즐거움을 주며 한국의 문화와 역사, 예술과 사랑을 전파하는 훌륭한 한류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푸치니의 마담 버터플라이를 능가할 수 있는 오페라 춘향전은 언제나 나올 것인가?

참고문헌
1.열여춘향슈졀가. 龜洞新刊,. 목판본 戊申[1848]
2.열여츈향슈졀가 / 朝鮮珍書刊行會. 完西溪書포, . 목판본 1949
3.별춘향젼. 목판본
4.정녈기별춘향가(一~八), 4冊, 필사 , 졍미.[1907]
5.Korean Tales / H.W.Allen. G.P.Putnam's Sons, 뉴욕 ,1889
6. Printemps Parfume / D.Rosny. Paris, 1892
7.The Fragrance of Spring / E.J Urquart. 時兆社, 서울 ,1929
8.춘향전 권지단 / 아.베드로쩨위쯔. 나우까출판사 : 모스코, 1968
9.Truyen Xuan Huong . Yang Soo,Bae.Hol Hanoi, 1994
10.春香傳 김사협 대양출판사 1952
11.校註 春香傳 조윤제 을유문화사 1959
12.春香傳 硏究 김동욱 연세대학교출판부 1965
13.춘향전 / 조령출. 문예출판사 : 平壤, 1991
14. 춘향전의 비밀 / 설성경. 서울대학교출판부, 2001
15. 춘향, 오페라. 국립극장, 2002
16.뮤지컬 成春香 1984 서울시립가무단
17.영화春香傳 1954 동명영화사


- 2005. 8.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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